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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플온

카드로 만드는 컴퓨터

무르익음

3주 전 · 조회 7

튜링 머신Turing Machine · 2022 · 난이도 미디엄라이트

출시 당시 여러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게임. 그렇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의아했을 게임. TV 드라마와 영화의 홍수에서도 연극과 뮤지컬이 고급 취미로 향유되듯 전자오락의 퍼포먼스가 날로 향상되어도 보드게임의 인기는 거침이없다. 최근에 여러 보드게임을 공격적으로 체험하면서 보드게임메커니즘의 눈부신 발전을 실감하고 있다. 이렇게나 공들여 노는 사람이라면 화장실도 깨끗이 쓸 것 같다. -- 튜링게임을 해보니 앨런튜링이 살아난다면 현대 컴퓨터만큼 신나할 게임이 아닐까 상상해보게 된다.

세팅이 번거로울 수 있으나, 이 행위로 하나의 컴퓨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또, 초반의 쉬운 난이도는 2번 이내의 라운드로 게임이 끝나서 그렇지 뒤의 어려운 난이도를 적용하면 납득이가는 수준이다. -- 세 자리 숫자를 맞추는 일종의 숫자야구다. 세 자리 숫자라고 하지만 1부터 5만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경우의 수는 125가지이다. 정답에 대한 ‘힌트의 힌트’를 주는 카드가 4~6장 깔리는데 모든 ’힌트의 힌트‘에 대입했을 때 통과되는 숫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쓸모없는 ‘힌트의 힌트’는 없기 때문에 ‘힌트의 힌트’만 보고도 가장 쓸모있는 세자리 숫자를 유추할 수 있다. 한 번 숫자를 정하면 세 개까지 ‘힌트의 힌트’에 대입해볼 수 있다. 그러면 힌트의 힌트가 명징한 힌트 그 자체가 된다. 물론 유추한 숫자에 따라 하나의 힌트로 다른 힌트까지 알아낼 수 있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기도 하다. 또 ‘힌트의 힌트’는 정답 숫자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조합에서의 상대적인 통과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을 알려준 것으로 오해하여 틀리지 않아야 한다. -- 처음에 룰북을 보고 익히는데 사용하지 않은 뇌의 영역에 처음 신경 신호를 보내는 느낌이었다. 게임 진행을 설명할 뿐 목표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없어서 그런 듯 싶다. 당연히 검증기가 있고 이게 통과 여부를 알려주면 다 통과하는 숫자를 찾는 거겠지만, 이해하기 이전에는 이해해야 할 것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나는 이것을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단점이라면, 맞는 프로텍터가 없다는 것? 그래서 폭만 얼추 맞고 더 긴 프로텍터를 씌우고 일일히 잘라냈다. 거기다가 부족하게 주문해서... -- 보드게임 매니아에게도 아날로그 매커니즘의 첨단을 보여주고 보드게임 초심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숫자 맞추기 게임인데다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활용한 1인 플레이도 흥미롭다. (웹사이트의 정보가 쉽게 휘발되는 점은 아쉽다.) 게다가 톰슨 보드의 2중 결합, 초록과 하양의 컬러, 펀칭보드를 모티브로한 그래픽디자인, 각이 살아있는 상자 조립 상태 등, 물성의 느낌도 제대로 살아있다. 칸막이 아래가 뚫려있어 카드가 들어가는 게 유일한 아쉬움. -- 하여간 대단한 게임이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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